세계적으로 생선회는 일본 전통 요리로 알려져 있다. 우리 역시 일본 음식문화의 영향을 받아 생선회를 즐겨 먹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생선회는 예로부터 한국인이 일본 사람보다 더 즐겨 먹는다. editor / 윤덕노 photography / 조선 DB

한국 사람이 생선회를 잘 먹는 데는 배경이 있다. 역사에 나오는 생선회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종주국'이라는 일본 못지않게, 혹은 일본인보다 더 회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생선회는 일본어로 '사시미(刺し身)'라고 한다. 직역하면 '몸을 찌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시미는 생선살을 칼로 자르거나 베어서 접시에 놓고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요리다. 대문에 몸을 찌른다는 사시미라는 표현은 어울지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생선을 베어 자른다'는 뜻의 '기리미(切り身)'라고 불러야 한다.

회를 '사시미'라고 부르는 이유

그런데 기리미가 아닌 사시미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있다. 일본어 어원유래 사전에서는 민간어원설로 두 가지 유래를 전한다. 하나느 사무라이들이 기리미라는 단어를 싫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무라이가 활약하던 시대는 배신과 음모의 세상이었다. 때문에 사무라이들은 뒤에서 칼로 베거나 자른다는 뜻의 '우라기루(裏切る)'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뒤에서 칼로 베는 것이니 배신하다는 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라기루를 연상시켜 어감이 좋지 않은 '베어 자르다'라는 '기리미' 대신, '찌르다'라는 뜻의 '사시미'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래는 생선회는 모양만 보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떤 물고기인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요리할 때 생선 꼬리와 지느러미를 자른 후 꼬챙이에 찔러(刺) 어떤 생선으로 회를 떴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시미라는 설도 있다.

오사카의 장군이 귀한 손님을 맞아 요리를 준비했는데 생선회 종류만 10가지가 넘게 나왔다. 회 맛에 반한 손님이 어떤 생선이냐고 묻자 요리사가 생선 지느러미를 꽂아 보이며 물고기 이름과 부위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후 요리사는 주군이 생선 이름을 외우지 않고도 회를 즐길 수 있도록 작은 깃발에 물고기의 이름을 적어 생선회의 지느러미나 아가미에 꽂아 요리상에 올렸다고 한다.

에도시대 이후 사시미 유행

사무라이들이 활동하던 시대에 사시미가 유행했다는 이야기 속에는 의외의 사실이 숨어 있다. 생선회의 역사가 종주국으로 알고 있는 일본이 가장 짧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사시미라는 용어는 1399년에 처음 등장한다. <영록가기>라는 요리책에 민물고기인 잉어를 회로 뜨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시미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 90년 후인 1489년에 발행된 조리책 <사조류포정서>에도 사시미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는 꿩과 산새를 잡아 소금에 절여 보관한 것을 사시미라고 표현했다. 두 가지 문헌으로 볼 때 이 무렵만 해도 일본에서는 사시미가 아직 확실하게 생선회 요리롤 정착하지 못했던 것으로 해석한다.

일본에서 사시미가 널리 퍼진 것은 임진왜란 후인 에도시대 이후라고 한다. 이전 일본 문화의 중심지는 일왕이 살았던 교토로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횟감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 막부를 바닷가인 지금의 도쿄, 즉 에도로 옮기면서 바다생선을 잡아 날로 먹는 사시미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처럼 일본에서도 옛날부터 물고기를 날로 먹었지만 요리로 생선회가 발달한 역사는 의외로 생각보다 그다지 길지 않았다.

고대 중국에선 고급음식이었다

중국에서는 생선을 날로 먹지 않지만 생선회의 발달은 중국이 훨씬 오래됐다. '회(膾)'라는 한자 자체가 고대 중국에서 생겼으니 먼 옛날부터 중국에서는 생선이 됐건, 네 발 달린 동물이 됐건 날고기를 즐겨 먹었다.

고대 중국에서 회는 상류사회의 고급 음식이었다. 기원전 7세기 때 <시경>에 이미 생선회에 대한 노래가 나온다. 자라와 잉어를 회로 먹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논어>에서 공자는 아예 장이 없으면 회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맹자>에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는 말이 나오는데 날고기와 구운 고기처럼 사람 입에 자주 들어가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맹자>에는 양고기회와 잉어회가 등장하는데 그 시절, 육회와 생선회를 모두 많이 먹었다는 증거가 되겠다.

중국 역사를 보면 생선회를 좋아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장한이라는 사람은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고향의 농어회가 생각난다며 벼슬을 버리고 낙향해버렸다. 참고로 그 직후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농어회를 먹겠다며 고향으로 간 덕분에 장한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삼국지>에서 서주 태수로 나오는 진등(陳登)도 생선회를 무척 좋아했다. 어느 날 가슴이 뛰고 열이 나서 식사조차 할 수 없게 되자 의사인 화타를 불러 진찰을 받앗따. 화타가 맥을 짚어보니 생선회를 많이 먹어 기생충 때문에 생긴 병이라며 치료를 해주고 앞으로 3년 후 다시 재발할 것이니 회를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진등은 말을 듣지 않고 회를 먹었는데 과연 3년이 되자 병이 재발해 죽었다. 속설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책 <후한서>에 실려 있는 기록이다.

이렇게 회를 좋아했던 중국인인데 어느 날 갑자기 중국에서 생선회가 사라진다. 원나라 때는 생선회 기록이 보이지만 명나라, 청나라 때는 생선회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다. 왜 중국에서 생선회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유는 정확하게 모른다. 일부에서는 전염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원인을 생선회로 보았기 때문에 생선회가 사라졌다는 것인데 명나라 때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돌았따는 기록은 없다. 때문에 중국에서 갑자기 생선회가 사라진 것을 보고 중국 음식문화의 미스터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회 문화 일본보다 앞선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생선회를 즐겨 먹었다. 일본에서 사시미라는 단어가 처음 쓰일 무렵인 조선 초기 이전부터 우리 선비들은 이미 생선회를 주제로 수많은 시를 남겼다. 고려 중기 이규보는 "붉은 생선회를 안주 삼아/반병 술 기울이니 벌써 취한다"고 읊었고 고려 말 목은 이색도 "물고기 잡아 눈발처럼 잘게 회를 쳤다"고 노래했다. 조선 초기 서거정은 "서리 내린 강가의 통통 살찐 붕어/휘두른 칼에 하얀 살점 흩날리니/젓가락 놓을 줄 몰라라/접시가 이내 텅 비었네"라고 했다.

홍만선은 <산림경제>에 생선회를 먹은 후 소화가 안 될 때 생강즙을 먹으면 바로 소화가 된다고 치료법을 적었다. 생선회를 먹고 체했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는 증거다. 한국인의 생선회 사랑은 일본의 영향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진 식습관이며 음식문화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생선회와 일본 사사미 사이에는 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갓 잡은 생선회를 즉석에서 회치는 활어회를 즐기는 반면, 일본은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숙성된 맛을 최고로 여긴다. 한국과 일본의 생선회에는 이렇게 다른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발달한 뿌리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생선회에 일본어 잔재가 많은건

일제 시대 영향이겠지만

알아 듣기 어려운 일본어 보다

한국말로 해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은 해봤네요.